붓으로 그린 민중의 몸짓과 함성_ 평화를 말하다
‘하나에서 만까지’는 고암 이응노 화백의 ‘사람 그림’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. 재미마주의 ‘재미마주 어린이미술관 시리즈 3번(1번-이한우, 2번-장 미셀 오토니엘, 4번-다니엘 뷰렌/예정)을 달고 나온 책이다. 40쪽에 이중 합지 병풍 제본으로 아주 특별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.
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고암 이응로(1904~89) 화백. 우리에게는 특히 ‘군상’ 작품이 친숙하게 떠오른다. 이 책은 고암의 ‘군상’을 감상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그의 다양한 사람 그림들을 하나 둘 감상하도록 했다. 이는 아이들을 위한 숫자 세기 책과 같은 방식이라 하겠다. 한 사람 그림, 두 사람 그림, 세 사람 그림 이렇게 열까지 세면서 열 사람 그림을 감상하다보면, 우리는 그의 필력과 그 속에 담겨 있는 밝고 리드미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된다. 그의 미공개 화첩에서 발췌된 그림들을 위주로 구성된 열까지의 사람 그림 속에는 한 인간의 탄생에서 짝을 이루고, 하늘을 우러러 제를 지내고, 춤추고, 노래하며, 가족을 이루는 등 온갖 기쁨과 환희의 춤사위와 같은 동작들이 담겨 있다. 이 책의 제목이 ‘하나에서 만까지’이기 때문에 병풍의 한쪽을 차례로 넘겨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, 자연스럽게 책을 뒤집어 다시 시작하듯 책 장을 또 넘기게 된다. 비로서 우리는 백 명, 천 명의 사람을 넘어 만 명이 추는 평화의 춤과 만나게 된다. 아무 뜻도 없이 떠도는 군중과 달리 고암의 ‘군상’은 이렇게 하나 하나 하늘의 기운으로 탄생한 소중한 에너지인 인간 한사람 한사람을 그려 온 필력과 집중에서 탄생한 것이다. “反전평화”로 모여든 ‘군무’를 감상하면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. 같은 이름으로 지난 3월부터 5월말까지 대전의 이응로 미술관에서 열렸던 ‘하나에서 만까지 ? 이응노 평화의 몸짓(어린이 체험전)’전을 기념하는 책자이기도 하다.